작               가               소               개              아               카               이               브

길 그리기
작      가      소      개      영      상

정종필

어린 시절의 기억, 학습지에서 익혔던 삽화, 특정 뉴스와 광고, 특정 아나운서와 배우의 얼굴 등 작가에게 특별한 인상으로 각인된 장면이나 인물들을 반복적으로 그린다. 이를테면 '뉴스룸' 연작에 수없이 등장하는 두 인물은 언제나 '이용식 아저씨'와 '이선영 아나운서'인데, 같은 소재로 수천 번 반복된 드로잉들은 모두 같아 보이지만 천천히 들여다보면 머리, 의상, 표정, 화면구성 등에서 섬세한 변주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물감이나 마카를 사용하여 자연풍경이나 현실 세계를 좀 더 입체적이고 생동감 있게 표현하는 그림을 그리기도 하지만 A4용지와 모나미 볼펜을 사용하여 마치 단어를 배열하듯 이미지를 배열하는 이 단생의 드로잉 작업을 작가는 가장 좋아하고, 그 어떤 작업보다 규칙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부모님이 이것을 '예술작업'이라 여기지 않아 이미 수없이 버리기도 했기 때문에, 누구에게도 방해 받지 않는 시간에 홀로 이 그림을 그린다.
진성민

아래로 길게 늘어지며 흔들리는 독창적인 글씨체로 자신에게 친숙한 단어들, 먹을거리의 이름이나 찬송가 문구를 반복적으로 적는다. 그림일기장, 전단지, 학습지, 집 안 벽지 등 역시 자신에게 친숙한 화면 위에 기존의 인쇄 디자인을 무시하며 길고 촘촘한 텍스트 층을 쌓아나가는데, 글자의 일정 부분이 한없이 늘어지며 발생하는 불안한 떨림은 청각적 효과를 자아내기까지 한다. 특히 "잠시 세상에 내가 살면서"라는 문구가 무수히 반복되며 겹치는 타이포그래피에서는 작은 방에서 한없이 그 문구를 되새기고, 또 되새기는 작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김치형

김치형의 작품 속 변이를 거듭하는 괴랄한 생명체는 화염을 토하거나 체액을 흘린다. 미국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에 녹아있는 블랙코미디에서 주로 영감을 받는 작가는 폐허가 된 도시, 불안한 징후가 가득한 공간을 작품의 배경으로 삼는다. 그로테스크한 미적 세계관에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신랄한 시각이 중첩되어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환상의 풍경을 만들어낸다. 어린 시절 미국과 인도에 거주하면서 다양한 곤충과 동식물을 직접 보고 책과 영상을 통해 신화 속 동물과 화석을 연구한 김치형은 서로 다른 종이나 종의 부위들을 합성하여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내고, 특유의 세밀한 묘사력으로 그들이 등장하는 세계를 그린다.
정진호

고대 신화와 신화 속 동물, 일본과 미국의 애니메이션 캐릭터, 세계 역사, 진화론 등을 연구하며 자신만의 생명체와 이야기를 창조한다. '록맨', '가면라이더', '비드맨' 이 세 가지 캐릭터의 세계관을 혼합한 '하이퍼 비드맨 유니버스'라는 세계를 구축, 그 안의 관계도와 생태계를 끊임없이 확장시켜가고 있으며 소규모 강의 퍼포먼스를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기도 한다.
한영현

한영현은 문구점에서 산 예쁜 편지지나 노트에 매일매일 정성을 다해 글을 쓴다. 행복, 사랑, 기쁨, 감사, 행운 등의 단어들을 자주 사용하여 단순하지만 마음이 담긴 소박한 문장을 만든다. 정갈한 글씨체, 고쳐 쓴 부분이 그대로 드러나는 흔적과 정직한 마침표는 그가 진심을 다해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 글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창작자는 주변의 지인들이나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주인공 등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도 글을 자주 쓰는데, 짤막하지만 진심이 담긴 이 편지 형식의 글은 오로지 수신인의 안부를 묻고 빌어주려는 의지로 가득하다.
글씨기 외에도 창작자는 주로 수채화 물감과 색연필을 사용해 풀잎과 꽃, 작은 동물의 얼굴, 찻잔과 그릇 등이 가지런히 배열된 풍경을 그리는 작업에 몰두한다.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 글을 쓰듯이 자신이 그린 소재들을 하나 하나 꼼꼼히 채색하고 그 위에 다채로운 무늬와 패턴을 넣어, 자신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상상의 공간을 종이 위에 옮겨낸다.
아        카        이        브        소        개


< 길 그리기 >는 제도권 밖에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하고 표현하는
발달장애 및 정신장애 작가들의 예술과 삶을 소개합니다.

< 길 그리기 >는 삶과 작품 세계가 일치하는 이들의 예술 세계를 
영상 형식으로 조명함으로서 
창작과 삶의 풍경을 함께 그려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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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필 · 진성민 · 김치형 · 정진호 · 한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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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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